빚
빚 의 가짓수를 세고는 음흉하게 웃었다."내 옷은 내 돈으로 살거랍니다.""뭐 당신돈이내돈이니까 그것도 내돈으로 사는 거겠지.""그런 말도 안되는.""어, 그러고 보니 결혼하면 내 주머니에서 당신 월급이 나가잖아. 이렇게 억울할수가."그녀가 그를 작은 주먹으로 쳤다. 그가 그 손을 끌어다 자신의 몸에 두르고는 머리에 턱을 얹었다."행복해 지고 싶어요."그리고 조그맣게 덧붙였다."매일 이렇게만 행복햇으면 좋겠어요."사랑한 다고 했다. 작긴 했지만 적적하던 할머니가 내 놓은 방이라 전세도 아니고 월세로 구했던 방이어서, 나올 돈도 없었다.다음 주 부터 개조 공사가 들어간다고 하니 기한은 삼 일 이었다. 이젠버릴 짐은 버리고, 어딘가 임시로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. 머물 곳이 없다는 것만큼 서러운 것이 또 있을까. 우선 여름이면 버티겠지만 지금은 겨울이었다. 그녀는 세면대의 거울을 보고 눈에 힘을 주었다. 이보다 힘들때도 살아남았다. 호적 등본의 호주가 되고, 주민등록초본과 등본에 혼자 이름이 올라가고,아버지의 사망신고를 하고 장지에 혼자 서 있을때도 버텨냈 그녀는 여기서 질문을 멈추었다. 그는 분명 그녀를 필요로 한다. 그게 사랑이든 안정감이든 중요한 것은 서른 네 해나 혼자 살아 온 남자가, 그렇게 많은 가족 앞에서도 가면을 쓰는 이 남자가 같이 살자고 한다. 그보다 더 큰 의미인 결혼하자고 했다.그것은그가 그녀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낼 준비를 했다는 소리가 아닐까. 그는 또 해보자고도 했다. 그녀와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결혼은 도박일지 모른다. 그는 그녀가 그를 사랑하는지조차 묻지 않는다. 감히 그럴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게 눈동자에 생생히 드러났다. 또, 그 말을 듣고 무너질 그 맘속 안의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.그녀는 그를 너무 사랑한다. 자학에 취미는 없지만 그가 상처를 준다면 받아들일 생각도 했다. 그렇다면 해보자. 그녀는 그를